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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

어떤 사과를 딸 것인가?

by 블랙닥터 2023. 11. 20.

어떤 사과를 딸 것인가?

대박 아이템을 꿈꾸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세상, 그렇다면 문제해결에서 정말 좋은 해결안은 무엇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오래전 어느 글에서 읽었던 호텔경영자 이야기입니다. 그는 출장을 가면 항상 경쟁 관계의 한 호텔에 묵었다고 합니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직원들 때문인데요, 그가 방문을 하면 직원들이 항상 반가운 표정으로 <이번에도 저희 호텔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고 이런 직원들에게 감명받은 경영자는 계속 그 호텔을 이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직원들도 이들과 같이 인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답니다.

 

그리고 경영자는 정말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 해결안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한 번이라도 호텔에 방문했던 고객을 미리 알아볼 수 있도록 안면인식 같은 컴퓨터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었고, 경영자는 이 안을 실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엄청난 비용 소요를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를 하였고 결국, 직원들 설득에 실패한 경영자는 시스템 설치를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던 경영자는 다시 출장을 갔을 때, 이번에도 자신을 알아보는 직원에게 수많은 고객 가운데 어떻게 자신을 기억하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직원이 대답하기를 먼저 호텔로 오는 중에 택시 기사가 손님에게 호텔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도착한 후 손님의 짐을 내릴 때 첫 방문 고객은 자신의 오른쪽에, 재방문 고객은 왼쪽에 놓는다고 했답니다. 물론 기사에게는 약간의 팁을 대가로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직원의 대답에 충격을 받은 경영자는 실수를 막아준 직원들에게 감사했고, 자신의 성급한 결정을 반성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을 설득하는 수렴과정이 없었으면 경영자의 해결안은 그냥 실행되었을 것입니다. 만약에 직원들이 반대하지 않아서 컴퓨터 시스템 설치를 강행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소요비용과 직원 불만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경영자의 생각을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무시해선 안 됩니다. 문제해결에서 쓸데없는 말, 쓸데없는 생각은 없으니까요. 문제해결에서 좋은 해결안의 선택은 마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에서 가장 좋은 열매를 따내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나무에 열린 열매 중 반드시 큰 것이 좋은 열매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나라의 특징 중 하나가 뚜렷한 사계절이고 우리는 이 계절의 순환 속에서 열매를 키웁니다.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최상의 열매를 얻으려면 먼저 계절의 순환과 변화를 견뎌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열매들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그 열매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최적의 시기에 열매를 따내야 합니다. 열매는 일찍 따게 되면 설익은 열매를 얻게 되고 늦으면 농익은 열매를 얻게 됩니다. 또한 시기를 놓쳐 열매가 스스로 떨어져 뒹굴 때까지 기다리게 되면 상한 열매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판화가 이철수의 글 '마른풀의 노래' 중의 가을 사과라는 시입니다.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이 시는 문제해결 <스타>모형에서의 해결안이 갖는 의미를 아주 명확하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에 대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는 만유인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부정하자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보편적으로 보면 만유인력이 똑같이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과들 가운데 궁극적으로 지금 떨어진 사과가 지금 떨어질 수밖에 없는 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죠.

 

예들 들어 사과나무가 있으니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겠죠. 배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질 리 없을 것이니까요. 또 사과가 열렸으니 떨어지는 것이겠죠. 사과가 안 열렸으면 떨어질 것이 없겠죠. 또한 충분이 익어서 꼭지가 임계점에 있거나 혹은 벌레가 먹었거나 아니면 바람의 영향을 받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장 맛있는 사과를 따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과는 먹어봐야 맛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한 번 딴 사과는 맛이 없다고 해서 다시 나무에 되돌려 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과는 따기 전에 그 사과가 맛있는 사과임을 규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면 반드시 맛있는 사과를 딴 것임을 밝혀내야 합니다.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해결안 <규명>도 이와 같습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나무에도 수많은 사과가 열리듯 하나의 문제에도 다양한 해결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사과를 구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사과를 관찰해야 하듯, 해결안들 중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적정한 해결안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사과의 맛이 나무에 따라 다르듯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각각의 문제를 구성하는 요인과 그에 따른 해결안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오래전에 대중들에게는 필명인 알랭 (Alain)으로 더 많이 알려졌던 프랑스의 철학자 에밀 오귀스트 샤르티에 (Émile-Auguste Chartier)<단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생각의 다양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잘 판단하는 것이 잘 행동하는 것이다> 라고 이성과 판단도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문제해결과정에서의 발산과 수렴의 중요성을 상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발산과 수렴은 해결안 개발을 위한 핵심적 사고 과정입니다. 먼저 발산은 다양한 해결안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마치 사과나무가 열매를 맺어 크고 작은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것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개발해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튼튼하고 건강한 사과나무가 더 좋은 열매를 더 많이 맺을 수 있고, 또 그와 같은 나무의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사과를 얻을 수 있겠죠. 이와 같이 발산의 과정에는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여 다양한 경험을 나누며 사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렴은 주렁주렁 열린 사과들 중에서 맛있는 사과를 고르는 작업과 같아서, 도출된 아이디어들 중에서 우수한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입니다. 실행하기 쉽고 실행하면 문제해결 효과가 높을 것 같은 아이디어를 선별하는 과정이죠. 이 과정에는 마치 사과의 맛을 특정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크기나 빛깔 모양, 품종에 따른 맛의 특징 등과 같은 지식)이 필요하듯, 문제해결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지식의 활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수렴과 발산 과정을 거침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사과를 최종적으로 나무에서 따내야 하는 것처럼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선별된 아이디어들 중에서 최적의 해결안을 결정하는 과정이 남습니다. 저는 다음 글에서 이 과정을 <평가 기준>을 통해 해결안의 적정성을 <규명>하는 것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적기에 가장 맛있는 사과를 따는 것과 같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해결안의 적정성을 규명해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