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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

생각의 틀 벗어나기와 질문

by 블랙닥터 2023. 10. 16.

문제해결에는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시간여행이 필수적이죠. 질문이 현재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여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잘 알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해결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규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이는 현재의 모습을 확인하는 질문에서 비롯되니까요.

 

다음은 한 편의 옛 한시입니다. 우리 시를 읽어 보면서 각자에게 전해지는 느낌과 이미지를 연상해 볼까요?

제목: 祭塚謠(제총요) 무덤에 제사지내는 노래 / 李達(이달, 1539-1612)

白犬前行黃犬隨 (백견전행황견수) 흰둥개가 앞서 가고 누렁이가 따라가는

野田草際塚纍纍 (야전초제총루루) 들밭 풀가에는 무덤들이 늘어섰네

老翁祭罷田間道 (노옹제파전간도) 제사 마친 할아버지는 밭두둑 길에서

日暮醉歸扶小兒 (일모취귀부소아) 저물녘에 손주의 부축받고 취해서 돌아온다

 

이미 오래전에 작고하신 지은이는 이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까요? 우리가 현재 시점에서 시를 읽고 있으니 지은이와 직접적인 대화는 불가합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질문뿐입니다. 우리는 오직 각자의 질문을 통해서만 지은이와 소통할 수 있고 지은이의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을 연결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개 두 마리가 따라갔다 올 정도면 집에서 먼 곳에 다녀오는 것일까? 아니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녀오는 것일까? 누구의 산소에 다녀오길래 아이의 아버지는 빼고 할아버지와 손자만 다녀오는 것일까? 왜 돌아가신 분들의 산소를 양지바른 산기슭에 모시지 못하고 들 밭 가에 무리 지어 모셨을까? 왜 사람들은 들 밭에 풀이 무성하도록 곡식을 가꾸지 않았을까? 지은이는 어떤 시대를 살던 사람이고 도대체 그 시대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와 같은 질문의 연결 말입니다.

 

이 시를 읽고 어떤 느낌이나 이미지가 연상되었나요? 혹시 시골의 전원 풍경, 인생무상, 덧없는 세월 등과 같은 것이 연상 되지는 않았나요? <한시 이야기>의 저자 정 민 교수에 의하면 이 시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왜적들의 만행을 고발한 시라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는 이 시를 통해 왜적들의 끔찍한 만행을 상기함으로써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라는 가르침을 얻어야 할 것 같네요.

 

하지만 우리가 질문을 소홀히 함으로써, 지은이와 소통하지 못하면, 우리는 앞으로도 동일 위험, 아니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문제해결자는 질문의 꼬리를 잡고서 그 질문을 통해 현재와 과거 미래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질문의 꼬리를 잡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접근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먼저 왜(Why)를 연속적으로 연결하여 질문하는 것입니다. (why)를 연속적으로 질문하다 보면 질문이 문제에서부터 문제의 원인과 문제점은 물론 해결안에까지 이르게 안내해 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만약에(If)~이라면 혹은 어떻게 하면>이라는 질문의 꼬리를 연결하여 질문과 대답을 연결하는 방법입니다. , <만약에 ~ 이라면?> 또는 <만약에 ~이라면 어떻게 할까?>와 같이 질문에 연결해서 다양한 답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내비게이션의 개발도 이와 같은 질문에서 비롯되었다네요.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 연구소의 연구원 두 명이 단순한 재미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이용하여 위성의 속도와 위치를 파악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연구소장이 <만약에, 위성의 궤도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거꾸로 지상에서 내가 어디쯤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고 이 질문에 대해 두 명의 연구원이 답을 내놓은 것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라고 합니다.

 

이런 질문은 <만약>의 뒤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다양해집니다. <만약에 팀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만약에 사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만약에 홍길동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와 같이 질문을  다양하게 연결할 수 있죠. 그럼 <조직>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에 경쟁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만약에 경쟁사라면 어떻게 마케팅을 했을까? 만약에 경쟁사라면 어떤 전략을 수립할까?>와 같은 질문을 연결할 수 있겠죠. 이와 같이 대상을 사람, 조직, 업무 등 필요에 따라 바꿔 가면서 질문을 다양하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질문을 연결하면 생각의 틀에서 벗어남으로써 나의 관점을 상대방으로 바꿀 수 있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을 확산할 수 있게 됩니다우리가 접하는 상황과 문제 유형 중에는 본인 생각의 틀 밖에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할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스스로 확산적 사고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질문기법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특히 무엇에 대한 질문의 꼬리를 잡을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죠. 문제해결은 질문을 통해 해답의 적정성을 규명해 나가는 것이니까요.